'나의 아저씨' 대사 모음집

리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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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7. 8. 00:12

 

인물들간의 감정이 흔들리는 구절 혹은 블로거 본인에게 깊게 들어온 구절 등을 정리 해봤습니다.

 

1,2화는 제 기준에선 별게 없었기 때문에 대사를 따로 올리지는 않고 초반부 줄거리는 영상으로 대체 하겠습니다.

사진과 대사 이후엔 영상이 존재 한다면 영상까지 같이 들어갑니다.

사진과 대사만으로는 인물의 감정을 100% 느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드는 구절 빼고는 모든 인물들을 심도있게 다룬건 아니고 주연인 이지안(이지은)과 박동훈(이선균) 위주로 골라봤습니다.

명대사만 뽑아낸건 아니기 때문에 참고 바랍니다.

 

※ 이 리스트들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임을 밝힙니다.

 

초반부/영상

 

 

 

 

 

 

 

 

 

 

 

 

 

 

 

 

 

3화/대사
동훈에게 받은 뇌물을 지안이 훔치고 쓰레기통에 버린 줄만 아는 동훈은, 지안이 요구하는 대로 매일 저녁 밥을 사게된다.
동훈 : 어디 살어?
지안 : 안안초등학교 뒤요. 맞아요. 엄청 후진 동네.

동훈 : 아버진 뭐하시고?
지안 : 아저씨 아버진 뭐하세요?
지안 : 난 아저씨 아버지 뭐하시는지 하나도 안 궁금한데, 왜 우리 아버지가 궁금할까?
동훈 : 그냥 물어봤어.

지안 : 그런 걸 왜 그냥 물어봐요?
동훈 : 어른들은 애들 보면 그냥 물어봐, 그런 거.
지안 : 잘사는 집구석인지 못사는 집구석인지 아버지 직업으로 간보려고?
동훈 : 미안하다.

지안 : 실례에요, 그런 질문.
동훈 : 실례했다.

 

동훈의 어머니이자 상훈, 기훈의 어머니인 요순
요순 : 그 어렵다는 대학 삼형제가 줄줄이 턱턱 붙을 땐, 남들 못낳는 아들 나만 셋씩이나 낳은 줄 알고…
   행여 사람들 시기 질투에 자식새끼들 될 일도 안 될까 싶어서, 잘난척 안하려고 무진장 애썼는데…
   이… 고학력 병신들.
   나이 오십도 안돼서 집구석에서 삼시세끼 밥 처먹을 줄 누가 알았어.
   공부는 뭣하러 했니? 응? 공부는 뭣하러 했어?

기훈 : 하래니까 했지 뭐…
22년 회사 생활하다가 퇴직하고 갈 곳을 잃은 첫째 상훈
상훈 : 할 만 하냐?
제철 : 진짜. 드러워서 못 해먹겠다. 계단에 똥 싸놓는 인간들도 있어.
상훈 : 거기 사는 인간이 그래 놨겠어? 어떤 놈이 지나가다가 급해서 뛰어 들어 왔지. 왜 혼자야? 제수씬?
제철 : 청소하다 말고 울면서 갔다. 제약회사 이사 사모님 소리 듣다가… 청소하고 다닐래니 눈물 나겠지…

상훈 : 평생 돈 벌어다 바친 공로는 없다. 당장 돈 못 버는 죄만 크지.
동훈의 대학 후배이자 동훈의 회사 대표이사인 도준영
동훈 : 다음은 나니? 너한테 잘못한 거 없는 거 같은데. 너 싫어하는 거 티 낸 적 없는데.
준영 : 제가 왜 선배님을 잘라야 돼요? 박동운 상무는 내가 자르려고 수작 부렸다고 오해할 만 하다고 쳐요.
적수가 되니까. 근데. 선배는 내가 왜 잘라야 돼요?

동훈 : 뭔 죄를 졌나보지, 나한테. 근데 내가 모르고 있나 보지.

 

4화/대사

어젯 밤 지안에게 기습키스를 당한 동훈은, 다음 날 출근하고 지안을 회의실로 부른다.
동훈 : 만만해 보이냐? 뇌물 받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거 보니까, 한 번 구해주면 강아지처럼 꼬랑지 착내리고 따라 붙을 줄 알았어?
   니가 들이대면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러고 감지덕지 할 줄 알았어? 재밌냐? 나이 든 남자 갖고 노니까 재밌어?

지안 : 재미는… 그냥 남자랑 입술 닿아본 지가 하도 오래 돼서. 그냥 대봤어요.
   나만큼 지겨워 보이길래. 어떻게 하면 월 오륙백을 벌어도 저렇게 지겨워 보일 수 있을까…
   대학 후배 아래서, 그 후배가 자기 자르려고 한다는 것도 뻔히 알면서 모른 척…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꾸역…꾸역…

   여기서 제일 지겹고 불행해 보이는 사람… 나만큼 인생 그지 같은 거 같애서…

   입술 대보면… 그래도 좀 덜 지겨울까… 잠깐이라도 좀 재밌을까… 그래서 그냥 대봤어요.
   그래도 여전히 지겹고, 재미없고… 똑같던데. 아저씬 어땠어요?

동훈 : 부모님은 아시냐? 너 이러고 다니는 거?
지안 : 아저씨 부모님은 아세요? 아저씨 이렇게 사는 거?

동훈 : 말 조심해. 한번만 더 그런 짓 하면, 그땐 사유 다 얘기하고 자를 테니까, 그렇게 알아.

 


백수였던 두 형제는 친구가 하던 청소일을 물려받게 된다.
요순 : 울 거 없다. 그래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둘이 나가는 거 보니까, 숨통이 트이더라. 내가 이러는데 걔들은 오죽 했겠니.
   하루하루 맥없이 시간만 뭉개고 앉아 있으면서 오죽 속이 썩어났을까.

애련 : 이서방한텐 아범 청소하는 거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희 별거 중인 것도 몰라요.
요순 : 근데 이혼은 어떻게 할라고?
애련 : 할 거에요. 애들 좀 사는 거 보고. 천천히 할 거에요. 이서방은 은진 아빠 대기업 다니다가 장사한 거 까지만 알지. 빚더미 앉은 것도 몰라요.
요순 : 그거 빚더미 축에도 안 낀다. 
애련 : 언제 갚아요, 청소해서?
요순 : 너 왜 우니 자꾸? 일 안한다고 잡아먹을 땐 언제고. 일 한다는 데 왜 울어?
애련 : 청소인 줄은 몰랐죠!
요순 : 울지 마라. 나도 맘 안 좋다.
안전진단 3팀 동료들과 회식하는 동훈
동훈 : 너희들은 걔 안 불쌍하냐?
김대리 : 뭐가 불쌍해요? 그런 싸가지가?

동훈 : 경직된 인간들은 다 불쌍해. 살아온 날들을 말해주잖아.
   상처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려. 그게 보여. 그래서 불쌍해.
   걔의 지난날들을 알기가, 겁난다.

 


상훈이 청소하던 와중 갑질 당하며 사죄의 의미로 무릎을 꿇게되고, 요순은 그걸 보게 된다. 그 얘길 들은 동훈은 갑질했던 인간에게 복수하러간다.
동훈 : 시간 좀 있나?
용우 : 왜? 어디 가서 한 따까리라도 하게?
동훈 : 얘기 좀 하게.
용우 : 무슨 얘기?

동훈 : 나도… 무릎 꿇은 적 있어. 뺨도 맞고. 욕도 먹고.
   그 와중에도 다행이다 싶은 건, 우리 가족은 아무도 모른다는 거.
   아무렇지 않은 척 먹을거 사들고 집으로 갔어. 아무렇지 않게 저녁을 먹고.

   아무일도 아냐. 내가 무슨 모욕을 당해도 우리 식구만 모르면, 아무 일도 아냐.
   어떤 일이 있어도, 식구가 보는 데서 그러면 안돼.

   식구가 보는 데서 그러면, 그땐, 죽여도 이상할게 없어.

용우 : 에이씨, 말 드럽게 많네. 그래서 뭐? 뭐, 어쩌라고?

동훈 : 우리 엄마가 봤다고. 이제부터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해도 된다고.

 


동훈 : 누가... 나를 알아. 나도... 걔를 좀 알 것 같고.
기훈 : 좋아?
동훈 : 슬퍼.
기훈 : 왜?

동훈 : 나를 아는게… 슬퍼.

 

5화/대사
기훈 : 형, 나 쓰레기봉투에 들어가고 싶었어. 20년간 영화판에서 내가 한 일은, 기다리는 거 밖에 없었어. 기다리는 거.
   이 나이 되도록 작은형한테 용돈 받아쓰고. 내가 너무 쓰레기 같아서, 쓰레기봉투에 들어가고 싶었어.
   어디서 상품권 생겼다하고 하면서 준 거, 형이 사서 준거 내가 다 알아…

   맨날 형한테 돈 받아쓰는 거 부담스러워 할까 봐, 일부러 상품권 사서, 어디서 생겼다고 하면서 준 거 다 알아.
   내가 진짜, 기깔 난 영화 만들어서 잘난 척 제대로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하… 이제는 돈 벌어서… 형 참치 사주고 싶어.

   어? 참치 사줄께!

동훈 : 비싼 거 사, 새꺄. 인당 9만원짜리.

 


동훈과 겸덕과의 문자 메세지.
동훈 : 나와 있으면 할머니는 누가 봐?
지안 : 친구가 들러 봐요.
동훈 : 무슨 지자야? 우리 아들이 지석인데.
지안 : 이를 지요.
동훈 : 안은?
지안 : 편안할 안이요.

동훈 : (씁쓸해하며) 좋다… 이름 잘 지었다…

 

6화/대사

 

 


동훈 : 누가 욕하는 거 들으면 그 사람한테 전달하지 마. 그냥 모른 척 해. 너희들 사이에선 다 말해주는 게 우정인지 몰라도, 어른들은 안 그래.
   모른 척 해주는 게 의리고, 예의야. 괜히 말해주고 그러면… 그 사람이 널 피해. 내가 상처 받은 거 아는 사람. 불편해. 보기 싫어.

   아무도 모르면 돼… 그럼 아무 일도 아냐… 아무도 모르면… 아무 일도 아냐…

지안 : 그러면… 누가 알 때까지 무서울 텐데. 누가 알까… 또 누가 알까…
   만나는 사람마다, 이 사람은 또 언제 알게 될까. 혹시… 벌써 알고 있나…
   어쩔 땐… 이렇게 평생 불안하게 사느니… 그냥 세상 사람들 다 알게 광화문 전광판에 떴으면 좋겠던데…

동훈 : 모른 척 해줄게. 너에 대해서 무슨 얘기를 들어도, 모른 척 해줄게. 그러니까 너도 약속 해 주라. 모른 척 해주겠다고.

   …겁나. 넌 말 안 해도 다 알 것 같아서.

 

7화/대사
봉애의 존재를 알게된 동훈은 지안에게 물어본다.
동훈 : 부모님은 계시나? 할머니 때문에 물어보는 거야.
지안 : 돌아가셨어요. 두 분 다.
동훈 : 할머니한테 다른 자식은?
지안 : 없어요.
동훈 : 근데 왜 할머닐 니가 모셔? 요양원에 안 모시고.
지안 : 쫓겨났어요. 돈을 못 내서.

동훈 : 손녀는 부양 의무자 아냐. 자식 없고, 장애 있으면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데, 왜 돈을 못내서 쫓겨나?
   혹시… 할머니랑 주소지 같이 돼 있냐? 주소지 분리해. 같이 사는데다가 니가 소득이 잡히니까 혜택을 못 받는 거 아냐.

   주소지 분리하고 장기요양 등급 신청해. 그런거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냐?

 


지안 : 같이 밥 먹고 그러는 거 말 돌까봐 겁난다더니. 내가 불쌍해서 마음이 편해지셨나? 막 사주네?
동훈 : 말 참…

지안 : 누가 뭐라고 그러면 내가 얼마나 불쌍한 앤지 말하면 되니까.
   내 인생에 날 도와준 사람이 하나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진 마요. 많았어요. 도와준 사람들. 반찬도 갖다 주고, 쌀도 갖다 주고.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네 번까지 하고 나면, 다 도망가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인생, 경멸하면서.
   지들이 진짜 착한 인간인 줄 알았나보지?

동훈 : 착한 거야. 네 번이 어디야. 한 번도 안하는 인간들 쌔고 쌨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내 인생이 니 인생보다 낫지 않고. 너 불쌍해서 사주는 거 아니고. 고맙다고 사주는 거야.
   도준영 맞아. 나 자를려고 오천만원 먹인 놈. 그 오천 니가 버리지 않았으면,
   난 그냥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회사 짤렸을 거고… 그래서. 밥 사는 거야.

지안 : 왜 그랬대요, 도준영은?
동훈 : 내가 싫었나보지 뭐.
지안 : 그렇다고 막 자르나?
동훈 : 회사는 그런 데야. 일 못하는 순으로 잘리지 않아. 거슬리면 잘리는 거야.
지안 : 이제 어떡할 거예요?
동훈 : 뭘 어떡해. 내가 알았으니 그만 해라... 그럼 됐지 뭐.
지안 : 그럼 그만 한대요?
동훈 : 그럼!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도준영이 나 자르려고 했다는 거. 내가 가서 뭐라고 했다는 거. 다.
지안 : 나 같으면 위에 다 꼰질러서 도준영 그 인간 잘라버리겠네. 그정도 사안이면 바로 잘리지 않나?

동훈 : 나쁜 놈 잡아 족치면 속 시원할 거 같지? 살아봐라. 그런가. 어쩔 수 없이 나도 그 오물 뒤집어 써. 그 놈만 뒤집어쓰지 않아.

지안 : 아니면 큰 돈 받아내서 나가서 회사 차리던가. 자기한테 누명 씌워서 자르려고 했던 인간이랑 어떻게 한회사에 있어?
   얼굴 보는 것만도 지옥 같을 텐데.

동훈 : 현실이 지옥이야. 여기가 천국인 줄 아냐? 지옥에 온 이유가 있겠지. 벌 다 받고 가면 되겠지 뭐.

지안 : 벌은 잘못한 사람이 받아야 되는 거 아닌가.
   … 내가 대신 죽여줄까요?

동훈 : … 마셔라.

 

 


동훈 : 이거 할머니 갖다 드려.

   … 나도 너 한 번 살려줬었다.

 


요순 : 아침에 은진 에미 왔다갔다. 김치 해가지고.
기훈 : 집에 김치가 없어서? 형 잡들이 하려고 왔지.
요순 : 넌 애미 생일 코앞인 건 아냐? 잔치 때 쓰라고 김치 해가지고 왔드라. 전화 넣어줘.
기훈 : 이혼한다는 거 다 뻥이야.

요순 : 승질 나는데 뭔 말은 못해. 돈 제일 많이 필요한 나이에 그지 됐는데. 여자 나이 오십 넘으면 거울도 보기 싫어져.
   저 아줌만 누군가… 돈이라도 있으면 이옷 저옷 사대면서 기분이라도 내볼텐데, 빈털터리니…
   가끔 들러봐. 전화도 넣어주고.

상훈 : 네.
요순 : 팩팩거려도 달래줘. 달래주면 수그러들어.
기훈 : 상전이야…

요순 : 그래도 난… 지석이 애미보다 은진 애미가 좋드라. 툴툴거려도 인정 많고.
기훈 : 작은형수한테 일러요?
요순 : 일러!
기훈 : 돈은 작은형수꺼 다 갖다 쓰면서.
요순 : 느이 작은형이 준 거지, 작은형수가 준 거야?
기훈 : 아니 엄마 그 돈 누가 벌어요? 월급쟁이가 벌어, 변호사가 벌어?
   왜 그래요. 가면 갈수록 안그러더니만... 며느리 잘난 게 그렇게 미워?

요순 : … 내 새끼 보다 잘난 것들은 다 미워.
기훈 : 와… 우리 엄마 진짜 무서운 여자였네.
요순 : 내 새끼 기 죽을 거 아냐? 말도 없는 놈의 새끼.
정희 : 오셨어요?
요순 : 시끄러워서 깼냐?
정희 : 일어날 때 됐어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요순 : 동훈이만 생각하면… 마음이 안 좋아. 셋이 똑같이 멕이고 똑같이 입혀 키웠는데, 왜 동훈이 걔만 들먹이고 들입힌 거 같은지.
   걔만 생각하면 안쓰러. 생전 속엣 얘기 하는 놈도 아니고. 어려서 걔한텐 생전 뭐 사달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
   두 놈의 새끼들은 맨날...

정희 : 어머니가 동훈일 너무 좋아해서 그래요. 안쓰러운 거야 상훈이 오빠가 제일 안쓰럽죠. 늙어서 와이프한테 쫓겨나고.
요순 : 그 놈은… 지 처한테 쫓겨나서 신난 놈인데 뭐… 돈은 뭐하러 부쳤어? 너 나가 있는 동안 일도 안 했는데. 가져가.
정희 : 넣어두세요. 매일 들러서 치우고 그러셨으면서.
요순 : 됐다. 넣어둬. 밥먹자.

정희 : 됐어요. 딸한테 용돈도 못 받으세요?
   맨날 아들 셋하고 똑같이 반찬 해다가 이렇게 멕이고. 곰국 끓였다고 냉동실에 쟁이고. 나 딸 아니에요?
기훈이 영화판에서 망하게 된 원인이었던 최유라
유라 : 인간은요. 평생을 망가질까봐 두려워하면서 살아요. 저는 그랬던 거 같애요. 처음엔 감독님이 망해서 정-말 좋았는데.
   망한 감독님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더 좋았어요.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무 것도 아니었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이 동네도 망가진 거 같고… 사람들도 다 망가진 거 같은데… 전혀 불행해 보이지가 않아요… 절대로.
   그래서 좋아요… 날 안심시켜 줘서…

 


012
동훈을 도청하고 있던 지안은, 동훈이 자신을 찾고있다는 걸 알게되고 급하게 동훈에게 달려간다.
동훈 : 걔 안왔어요?
   춥게 입고 다니는 애. 이쁘게 생겨가지구.
주인 : 왔네. 이쁘게 생긴 애.

동훈 : 어. 왔냐? 어… 난 다 마셨는데.
지안 : 한 잔만 더 하죠.
   더 해요.

지안 : 나 왜 뽑았어요?

동훈 : … 달리기.
   내력이 쎄 보여서.
   백미터 몇 촌데?
지안 : 몰라요. 기억 안나요.
동훈 : 근데 그게 무슨 특기래?

지안 : 달릴 때는… 내가 없어져요. 근데, 그게 진짜 나 같아요…

동훈 : (잔 부딪히며) 행복하자.

 

 

8화/대사
동훈 :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 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아파트는 평당 300kg 하중을 견디게 설계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학교나 강당은 하중을 훨씬 높게 설계하고.
   한 층이라도 푸드코트는 사람들 앉는 데랑, 무거운 주방 기구 놓는 데랑 하중을 다르게 설계해야 되고.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

지안 : 인생에 내력이 뭔데요?
동훈 : 몰라.
지안 : 나보고 내력이 세 보인다매요.

동훈 : 친구 중에 정말 똑똑한 놈이 하나 있었는데. 이 동네에서 큰 인물 하나 나오겠다 싶었는데. 근데 그 놈이, 대학 졸업하고 얼마 안 있다가
   뜬금없이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가 버렸어. 그때 걔네 부모님도 앓아 누우시고. 정말 동네 전체가 충격이었는데.
   걔가 떠나면서 한 말이 있어… 아무 것도 갖지 않은 인간이 돼 보겠다고.

   다들 평생을 뭘 가져보겠다고 고생고생하면서… '나는 어떤 인간이다' 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아등바등 사는데…
   뭘 갖는 건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원하는 걸 갖는다고 해도…
   나를 안전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못 견디고… 무너지고…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 나를 지탱하는 기둥인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내 진정한 내력이 아닌 것 같고…
   그냥… 다… 아닌 것 같다고…

   무의식중에 그 놈 말에 동의 하고 있었나보지. 그래서 이런저런 스펙 줄줄이 나열돼 있는 이력서 보단,
   달리기 하나 있는 이력서가 훨씬 쎄 보였나보지.

 


지안 : 겨울이 싫어.
동훈 : 곧 있으면 봄이야.
지안 : 봄도 싫고. … 봄여름가을겨울 다 싫어요. 지겨워. 똑같은 계절 반복해가면서.
동훈 : 스물한 살짜리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지안 : 내가 스물한 살이기만 할까… 한번만 태어났을라고.
   매 생애 육십까지 살았다 치고, 오백 번 쯤 환생 했다 치면… 한… 삼천 살 쯤 되지 않았을까?
동훈 : … 삼만.
지안 : 우웩. 삼만 살. 왜 자꾸 태어나는 걸까?
파이팅!

 


동훈 : 어떤 애가… 자기가 삼만살이래…
정희 : 삼만사리가 뭐야?

동훈 : 나이가 삼만살이라고. 수없이 태어났을 테니까, 모든 생애를 합치면, 삼만살쯤 되지 않을까…
   왜 자꾸 태어나는지 모르겠다는데… 난 알아. 왜 자꾸 태어나는지.
   여기가 집이 아닌데… 자꾸 여기가 집이라고 착각을 하는 거야… 그래서 자꾸 여기로 오는 거야…
   어떻게 하면 진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태어나지 않고…

정희 : 야 이 바보야! 너 진짜 몰라? 어떻게 하면 다시 태어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몰라?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기훈 : 별나라 안가 씨이. 대따 재미없어 별나라.

 


오디션을 망치고 온 유라
유라 : 나 원래대로 펼쳐놔요. 감독님이 구겨놨으니까, 다시 깨끗하게 펼쳐놔요. 활짝. 펴놔요 원래대로.
   나. 오디션 장에만 가면. 죽을 것 같애요. 또 그 구박 받을 생각하면, 숨이 안 쉬어져요.
   다시 연기 하고 싶은데. 진짜 하고 싶은데. 그 근처만 가면 죽을 것 같고.

   나… 밝았던 내가 그리워요. 그러니까. 나 원래대로 펴놔요.
   펴 놔요!

상훈 : 펴 줘라 좀.
기훈 : 뭘 어떻게 펴줘?

유라 : 성심성의껏! 최대한 잘!
   펴 놔요!!

 


광일은 지안이랑 같이 다니는 남자를 알게되고, 그 남자의 지갑을 훔치게 된다. 그걸 알게된 지안은 먼저 광일에게 찾아온다.
광일 : 어우 놀래라… 웬일이냐? 아침부터?
지안 : 니가 회사로 올 것 같애서. 내가 먼저 왔어.
광일 : 와 신박한 년. 어떻게 알았냐?
지안 : 내가 돈을 안 갚는 것도 아니고, 나처럼 성실한 채무자도 없을 텐데. 뭐하러 뒤는 밟을까?

광일 : 어떻게 쌩-고생고생하면서 돈을 벌고 계시나… 근데 그렇게 널널하게 회사 다니고 그러면 안 되지. 그것도 대기업을.
   어떻게 그런 델 들어갔냐? 요즘에도 전화 받고 커피 타고 그러는 여직원 있냐? 야… 나 살다살다… 이지안 회사 다니는 걸 다 보네. 어?
   쎈 놈 잡았다더니… 그 놈이냐?

광일 : 둘이 술 먹고 집까지 데려다주고. 별짓 다 하더라?
   돈 있을 거 같지 않던데… 둘이 짜고 회삿돈 삥땅 치냐? 그 사람이 너 거기 취직 시킨거지? 둘이 같이 작업하려고.
   그 사람은 아냐? 너 살인잔 거.

지안 : 너는 아냐? 나 살인잔 거.
   넌 나 못죽여. 난 너 죽여. 거기서 받는 게 110. 다달이 너한테 갖다 바쳐야 되는 돈이 120.
   밤에 두 세 시간씩 접시 닦아서 월세 내고 먹고 살아. 다 너 죽이지 않으려고 하는 짓이야.
   회사 잘려서 그 돈도 벌지 못하게 만들면…… 나도 방법은 하나 밖에 없어.

광일 : 이 썅년이 어디서…

지안 : 왔네. 경찰에 신고했어. 니가 소매치기 하는 거 봤다고.
   그 지갑, 갖고 나가 달라고 하면 갖고 나가주고.

광일 : 박동훈. 이름도 알았고. 회사도 알았고.
지안 : … 그 사람 근처만 가. 진짜 죽어 너.
광일 : 그 새끼 좋아하냐?

지안 : 어.

 


지안 : 누가 나같은 여잘 좋아할까.
준영 : 그냥… 같이 밥 먹고 술 먹고… 그것만 해…

지안 : 밥 먹고 술 먹고… 그러면 좋아하는 건가?
준영 : 좋아하는 거야.
   좋아하는 거야. 어떤 남자가 좋아하지도 않은 여자랑 밥 먹고 술 먹고 그래.

지안 : 많이들 그러지 않나? 뭐 바라는 거 있을 때.
준영 : 박동훈은 안 그래. 밥 먹고 술 먹으면 좋아하는 거야. 그리고 절대로 발뺌 못해.
   거기까지만 가 봐. …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해.

 

9화/대사
지안 : 꼭 상무 돼요. 될 거예요.
동훈 : … 도준영이 가만있겠냐? 내가 상무되면 지가 잘리는 건데. 이제 똥줄 타서 별짓 다 할 거다.
지안 : 걱정 마요. 될 거예요.
동훈 : 뭐 믿구…

지안 : 상무 돼서 복수해요. 확 잘라버려요 그 인간.
동훈 : …
지안 : 보고 싶네. 도준영 그 인간 처참하게 무너지는 꼴.
동훈 : 넌 걔가 왜 싫은데? 걔랑 말이나 한 번 해봤냐?

지안 : … 아저씨가 싫어하니까.

동훈 : 아저씨가 뭐냐. 부장님이라 그래.

 


윤희 : 박상무 어떻게 잘랐어?
지안 : 쉬워요. 술 먹이고. 약 타고.
윤희 : 동훈씬… 어떻게 자르려고 했어?
지안 : … 스캔들.

윤희 : 누구랑?
지안 : 나랑.
윤희 : 근데 왜 준영이 배신했니?
지안 : 인간이 너무 쓰레기라. 도준영은 쓰레기고. 박동훈은 안 됐고… 등신.
윤희 : 이젠 어떻게 할 건데?
지안 : 생각 중.

윤희 : 준영이가 말한 돈, 내가 줄게. 그냥 조용히 회사 그만 둬. 준영이가 너 찾지 못하게 해줄 수 있어.
지안 : 그럼 도준영은 또 다른 사람 구하겠지. 박동훈 잘라낼 사람.

윤희 : 잘려도 돼.
   내 문제 아니었어도, 상무 후보로 올라간 이상, 어차피 서로 치고 박고 싸우고, 누구 하나 잘렸을 거야.
   누가 이기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하고, 넌 빠져.
   구조기술사, 회사 잘려도 먹고 사는데 아무 문제없어.

지안 : 다시 같이 살 생각인가 보네.

윤희 : 같이 살든 말든! 그딴 거 신경 쓰지 말고. 넌 그냥 조용히 사라져. 불쾌해.
   내 치부 다 알고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도 불쾌하고. 그런 니가 동훈씨랑 한 회사에 있다는 것도 불쾌해.
   그딴 거 녹음해서 나한테 들려준 애가 못할 짓이 뭐야? 니가 하는 짓이 무식하고, 무서워…

지안 : 겁나는구나. 내가 박동훈한테 다 말할까봐.
   아줌마. 용쓰지 마요. …… 박동훈 다 알아.
   다 안다고. 아줌마 도준영이랑 바람 핀 거.

 

 


 

춘대에게 지안의 과거를 듣게 된 동훈은, 광일을 찾아간다.
동훈 : 이지안 빚 얼마야?
광일 : 왜? 대신 갚아주시게?
동훈 : 어. 얼마야?
광일 : 어디 와서 멋진 척이세요? 인생 말랑말랑하게 살아오신 거 같은데, 그냥 가세요 이 씨발. 이제 알 거 아냐, 그년이 어떤 년인지!
동훈 : 얼마야?
광일 : 허.

동훈 : … 나는 걔 얘기 들으니까 눈물이 나는데, 너는 눈물 안 나냐.
광일 : 나도 눈물 난다, 씨발. 오늘 말로 안끝나겠네.
동훈 : 미리 말해두는데… 나 삼형제야.
광일 : 왜? 부르시게? 불러.
동훈 : 삼형제는 돌 돼서 숟가락 들기 시작할 때부터 장난 아니게 싸워대. 맷집 장난 아냐.
   그러다가 스무 살 되면 싸움을 안 해. 왜 안 하는 줄 알아? 아… 내 펀치가 장난 아니구나. 이러다가 누구 하나 죽겠구나.

동훈 : 왜 애를 패 이 새끼야. 불쌍한 애를 왜! 왜? 왜!?

광일 : 그년이 우리 아버지 죽였으니까!
   그년이 죽였어, 우리 아버지. 그년이 죽였다고!!!

동훈 : 나 같아도 죽여.
(지안 : !)
동훈 : 내 식구 패는 새끼들은… 다 죽여!!

 

 

10화/대사
봉애를 무료로 요양원에 맡기고 돌아오는 두 사람
지안 : 멋모르고 친했던 사람들도 내가 어떤 앤지 알고 나면, 갈등하는 눈빛이 보이던데. '어떻게 멀어져야 되나…'
동훈 : 니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니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니가 먼저야. 옛날 일, 아무것도 아냐.

   니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냐. … 이름대로 살아.

   좋은 이름 두고 왜.

 


동훈 : 왜 또 아는 척 안 하냐, 너!
   왜 삐졌는데?
   왜? 또 뭐?

지안 : … 내 뒤통수 한 대만 때려줄래요?
   보고 싶고 애타고 그런 거, 뒤통수 한 대 맞으면 끝날 감정이라면서요. 끝내고 싶은데, 한 대만 때려주죠?
   그지 같애. 왜 내가 선물한 슬리퍼 안 신나, 신경 쓰는 것도 그지 같고,
   이렇게 밤늦게 배회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다 그지 같애.

동훈 : 집에 가. 왜 돌아다녀.
지안 : 그러니까 때려 달라고. 끝내게.
   왜? 내가 끝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 좋아하나?
동훈 : 넌… 넌…
지안 : 넌 뭐?
동훈 : 넌 미친년이야.

지안 : 어. 맞어. 미친 거야. 그러니까 한 대만 갈겨달라고 내 뒤통수! 정신 번쩍 나게!
   내가 어떻게 이딴 인간을 좋아했나 머리 박고 죽고 싶게!

   때려. 끝내게. 안 때리면 나 좋아하는 걸로 알 거야. 동네방네 소문 낼 거야. 박동훈이 이지안 좋아한다고!

 

11화/대사
준영이 도청파일을 들어보자고 요구하고, 그 때문에 어제 있었던 일을 준영이 알게된다. 거기서 준영은 지안이 진심으로 동훈을 좋아한다는걸 눈치챈다.
준영 : 희한해. 왜 여자들은 박동훈을 좋아할까. 남자들 사이에선 그저 그런 놈인데.
   왜 좋아해? 이유나 한번 들어보자. 진짜 궁금해서 그래. 왜 좋아해?

지안 : 망치고 싶은 거지. 난… 착한 사람 보면 이상하게 발로 차버리고 싶던데. 울리고 싶고.
   그쪽처럼 나쁜 사람한텐 아무 감흥이 없는데, 착한 사람은… 이상하게 망치고 싶어.
   나랑 같은 부류로 만들고 싶어서 그런가?

   자버릴까요. 박동훈이랑?
   시간도 없고. 그거 밖에 없지 않나?

준영 : 자겠니, 박동훈이?
지안 : 술 먹이고, 약 먹여서.
준영 : 해봐. 어디 할 수 있나 보자.

 


오랜만에 동훈은 자신의 절친이었던 겸덕의 절을 방문한다.
동훈 : 안 쓸쓸하냐?
겸덕 : 쓸쓸은. 맨날 말하잖냐. 여기도 사람 사는 데라고.
동훈 : 학력고사 만점에, 뭘 해도 됐을 놈이…
겸덕 : 그 놈의 만점 얘기 좀 그만해라. 여기서도 그 얘기. 아주 지겹다.
동훈 : …
겸덕 : 넌 어떻게 지내는데?
동훈 : 망했어, 이번 생은… 어떻게 살아야될지 모르겠다…

겸덕 : 생각보다 일찍 무너졌다. 난 너 한 육십은 돼야 무너질 줄 알았는데. 내가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가는데 결정타가 너였다.
   '이 세상에서 잘 살아봤자 박동훈 저 놈이다. 드럽게 성실하게 사는데, 저 놈이 이 세상에서 모범 답안일 텐데,
   막판에… 인생 드럽게 억울하겠다.'

동훈 : 그냥, 나 하나 희생하면, 인생 그런대로 흘러가겠다 싶었는데…
겸덕 : 희생 같은 소리 하네. 니가 6.25 용사냐 임마? 희생하게? 열심히 산 거 같은데, 이뤄놓은 건 없고 행복하지도 않고.
   희생했다 치고 싶겠지. 그렇게 포장하고 싶겠지. 지석이한테 말해봐라. 널 위해서 희생했다고. 욕 나오지. 기분 드럽지.
   누가 희생을 원해? 어떤 자식이? 어떤 부모가? 누가 누구한테? 그지같은 인생들의 자기 합리화… 쩐다 임마.

동훈 : 다들 그렇게 살아!
겸덕 : 그럼 지석이도 그렇게 살라 그래!
동훈 : (!)
겸덕 : 그 소리엔 눈에 불나지? 지석이한텐 절대 강요하지 않을 인생, 너한텐 왜 강요해?
   너부터 행복해라 제발. 희생이라는 단어는 집어치우고.

   상훈이 형하고 기훈이. 별 사고를 다 쳐도, 어머니 두 사람 때문에 마음 아파하시는 거 못봤다.
   그 놈의 새끼들 어쩌구 저쩌구 매일 욕하셔도 마음 아파하시는 건 못 봤어. 별 탈 없이 잘 살고 있는 너 때문에 매일 마음 졸이시지.

   상훈이 형이나 기훈인 뭐 어떻게 망가져도 눈치 없이 뻔뻔하게 잘 살거 아시니까.
   뻔뻔하게 너만 생각해. 그래도 돼.

 


그 일이 있고나서 동훈과 지안은 제대로 된 얘기 한마디 안하다가, 이 상황이 답답했던 동훈은 지안을 쫓아간다.
동훈 : 슬리퍼 어쨌어?
   슬리퍼 어쨌냐고.
지안 : 쪽팔려서 버렸어요. 뒤통수 한 대 맞고나니까 정신 번쩍 나던데요.
동훈 : 그렇다고 버려? 내가 너한테 슬리퍼 한 짝도 받지 못할 사람이야? 내가 너한테 그렇게 했어?

지안 : 그냥 뒀으면 신었고요?
   내 말 잘 들어요. 내일 출근하면, 사람들 많은 데서 나 자르겠다고 얘기해요. 자꾸 들이대서 못 살겠다고, 처음 아니라고,
   사람들 다 있는 데서 그렇게 얘기해요. 느닷없이 키스하고, 별 짓 다해서 잘라버린다고 경고했었는데, 불쌍해서 몇 번 도와줬더니,
   자기 좋아하는 줄 알고 또 들이대더라고… 다 말해요. 난 가만 있을 테니까… 다 사실이니까…
   그냥 하는 얘기 아니에요. 어짜피 한 사무실에서 얼굴 보기 불편한 사이 됐고
   회사에서 나 때문에 골치 아픈 거 같은데, 다 얘기하고 그냥 잘라요. 난 아쉬울 거 없으니까.

동훈 : 안 짤라!
   이 나이 먹어서 나 좋아한다고 했다고 자르는 것도 유치하고,
   너 자르고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면 아는 척 안 하고 지나갈 거 생각하면 벌써부터 소화 안 돼.
   너 말고도 내 인생에서 껄끄럽고 불편한 인간들 널렸어. 그딴 인간… 더는 못 만들어.
   그런 인간들 견디며 사는 내가 불쌍해서… 더는 못 만들어.

   그리고, 학교 때 아무 사이 아니었던 애도, 어쩌다 걔네 부모님 만나서 인사하고 몇 마디 나누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사이 아니게 돼, 나는 그래.

   나 니네 할머니 장례식에 갈 거고, 너도 우리 엄마 장례식에 와.

   그러니까 털어. 골 부리지 말고. 털어. 나도 너한테 앙금 하나없이, 송과장 김대리한테 하는것처럼 할 테니까, 너도 그렇게 해.
   사람들한테 좀 친절하게 하고! 인간이 인간한테 친절한거 기본 아니냐?
   뭐 잘났다고 여러 사람 불편하게 퉁퉁거려? 여기 뭐 너한테 죽을죄 지은 사람 있어?

   직원들, 너한테 따뜻하게 대하지 않은 거 사실이야. 앞으로 내가 그렇게 안 하게 할 꺼니까. 너도 잘해.
   나 너 계약기간 다 채우고 나가는 거 볼 거고, 딴 데서도 일 잘한다는 소리 들을거야.
   그래서 10년 후든 20년 후든, 길에서 너 우연히 만나면, 반갑게 아는 척 할 거야.
   껄끄럽고 불편해서 피하는 게 아니고, 반갑게 아는 척 할 거라고.

   그렇게 하자.
   … 부탁이다. 그렇게 하자.

   슬리퍼는 다시 사와..

 


윤희 : 여보…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정적)

동훈 : 왜 그랬어. 왜 그랬냐고.
   하고 많은 놈 중에 왜!! 왜!! 왜!!

윤희 : 정말 미안해…

동훈 : 어떻게 그 새끼랑 그럴 수 있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너 왜 그랬어? 너 왜 그랬니? 왜 그랬냐고 왜… 왜왜왜!!!!

   너 지석이 엄마잖아… 애 엄마잖아…

   넌, 그 새끼랑 바람 핀 순간, 너 나한테 사망 선고 내린 거야…
   박동훈 넌 이런 대접 받아도 싼 인간이라고… 가치 없는 인간이라고… 그냥 죽어버리라고…

 


봉애 : (수화) 왜?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지안 : (수화) 잘 계셔. 할머니 잘 계시냐고도 물어보셨어. 그분이 나 밥도 잘 사주고, 회사에서도 많이 도와주시고.
   … 그 분, 아마 승진하실 거 같아.
봉애 : (수화) 근데 왜 울어?
지안 : (수화) 좋아서… 나랑 친한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좋아서…

 

12화/대사
동훈 : 내가 부족했다고 쳐. 난 하려고 했는데 아주 많이 모자랐다고 쳐. 그래… 그래서 이혼하고 싶었다고 쳐…
   그렇다고… 그 놈하고 놀아나?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없어? 너 그렇게 멍청한 여자였냐?
   그 새끼랑 짜고 나 회사 자르고 거지 만들면, 이혼하기 쉬울 거라 생각했어? 맘편히 그 새끼랑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럼 지석이는? 너, 지석이 생각했으면 그딴짓 못했어. 애 생각했으면 애 아빨 그렇게 망가뜨릴 생각 못 했다고.
   어떻게!! 그딴… 왜!! 왜!!! 왜!!!!

   힘들게 일하고 들어와서 지저분한 거 보면 화나겠지. 들어오자마자 세탁기 돌리고 청소기 돌리고. 근데 너 오자마자 서재에 처박히면,
   나 눈치 보여가지고 TV소리도 못 키우고. 뭐 없다 뭐 사와라 그럼 사오고. 출장 간다고 하면 그런 가부다…
   늦게 들어오면 바빠서 그렇겠지. 바빠서 그렇겠지. 그 새끼랑 그러는 것도 모르고!

윤희 : 난 내 인생에 일순위 당신이었어.
동훈 : 맨날 그 놈의 일순위! 식구끼리 서열이 어딨어?
윤희 : 있어야지!! 내가 당신이 첫번째라고 하면 당신도 내가 첫번째가 돼야지! 사랑에 두번째가 어딨어?
   두 번째로 많이 사랑하는 게 그게 사랑하는 거야? 내가 두번째이기나 해? 매일 큰 차 사자고.
   식구들 다 태우고 다니게 큰 차 사자고. 달랑 세 식구에 9인승 차가 왜 필요해? 뭐하냐고 물으면 식구들이랑 밥 먹는다고.
   식구들이랑 밥먹는다는 말이 나와? 나는 거기 없는데! 나는 거기 없는데?

   지석이 낳고 삼칠일도 안돼서 김장하러 갔어. 어머니한테 잘하는 거 당신이 제일 좋아하니까!
   당신이 그렇게 애달복달하는 어머니한테 잘하면, 당신도 내 편 되겠지. 우리 엄마 병원비는 못 대줘도,
   어머니 집 옮기시라고 삼천만원 드리는 거 안 아까워했어! 당신 단 한 사람 얻겠다고, 당신이 좋아하는 어머니 아주버님 도련님!
   심지어 정희 언니한테까지도 잘했어. 그래도 단 한 번도 당신, 전적으로 내 편이었던 적 없었어.
   난 이 동네가 싫어! 당신 주변에 바글바글 대는 사람들도 다 싫어!
   너무 억울한 게, 사람들은 모른다는 거. 당신이 옆에 있는 사람 얼마나 외롭게 하는지.

   사시 패스하고 결심했었어. 이 동네 떠야지… 딴 데로 이사 가서 우리 셋만 살면, 당신도 달라지겠지…
   이사 얘기만 나오면 입 다물어 버리는 당신 보면서… 포기하기 시작했던 것 같애… 어떻게 해도 안 되는 사람이구나…

   어떤 말을 해도 용서받지 못할 거라는 거 알아… 백번 천번, 내가 죽을 죄인인 거 알아… 당신이 다 알고 있었다는 거 알고…
   죽고 싶었어.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내가 너무 싫어서 죽고 싶었고… 당신이 너무 불쌍해서 죽고 싶었어…

   …당신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뭔지, 피하고 싶은 게 뭔지 알아.
   이 결혼 깨고 싶지 않은 게, 나에 대한 애정이 남아서는 아니잖아. 그지?
   어머님하고 지석이 생각해서, 당분간 조용히 살자 그러면… 그렇게 할게.
   더는 안 되겠다, 못 살겠다, 끝내자… 그러면 그렇게 할게. 당신이 하자는 대로 할게.

동훈 : 나 덜 힘들자고 당신 괴롭게 하면서 살 생각 없어. 다만… 당신 만나서 지금까지 20년 세월인데…
   어떻게 끝내야 될지, 어디부터 어떻게 갈아엎어야 될지… 모르겠어서 그래…
   당신만 모르면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너무 힘들게 됐어. 당신도 나도…

 

 

 


동훈 : 달리기 좀 하네.
지안 : (…)
동훈 : 웬일로 야근을 다 했냐?
지안 : 말 잘 들어라면서요.
   보고 싶어서 기다렸어요.
동훈 : (!)
지안 : 뭐지 그 눈빛은? '왜 또 이러나? 알아듣게 얘기한 줄 알았는데.' 뭐 그런 건가. 알아듣게 얘기 안했어요. 더 좋아하게 만들었지.
   사람들한테 물어봐요. 그게 찬 건가. 온갖 멋진 말들로 더 좋아하게 만든 거지. 걱정 마요. 어디 가서 티 안내요.
   나 가지고 뭐라고 떠드는 지 다 아는데.



지안 : 어색해지셨나?
동훈 : 너. 나 왜 좋아하는 지 알아?
지안 : (…)
동훈 : 내가 불쌍해서 그래.
지안 : (!)
동훈 : 니가 불쌍하니까. 너처럼 불쌍한 나 끌어안고 우는 거야.
지안 : … 아저씬 나한테 왜 잘해줬는데요?
동훈 : (!)
지안 : 똑같은거 아닌가?
동훈 : (!)
지안 : 우린 둘 다 자기가 불쌍해요.

 


 


윤희 : 너… 진짜 동훈씨 좋아하니?
지안 : 네.
윤희 : 그래… 어쨌든 고맙다. 먼저 전화해줘서 고마워.

 


지안이 광일에게 진 빚을 청산하고 더이상 채무관계가 없는데도 광일은 지안의 집에 찾아온다.
광일 : 할머니 어따 숨겼냐?
지안 : 이제 나랑 볼 일 없을 텐데.
광일 : … 보고 싶어서 왔다. … 넌 나 안 보고 싶었냐?

지안 : 너도 니 아빠랑 하나 다를 거 없는 쓰레기야. 보고 싶어 미치겠는데, 볼 핑계는 없고, 어떻게 봐야 되나, 그냥 가서 패버릴까… 멍청한 새끼.
광일 : 미친년… 보고 싶어서 때렸겠냐? 미워서 때렸지. 우리 아버지 죽인 년… 미안하단 말 한마디 안하는 년…
   죽도록 미워하는 게 맞지 이씨…
지안 : 그래서 미운 마음이 좀 풀리디?

광일 : 여기 올라오는 길… 옛날 그 언덕길 닮았다. 우리 아버지한테 맞고 정신 잃은 너 업고 오르던 그 길…

   마음이 왔다갔다한다. 확 죽여 버릴까… 그냥 내가 죽어버릴까…

 


상무후보 동료 인터뷰에서 동훈이 상무가 되지않게 하기위해, 윤상무측은 스캔들이 났던 지안을 인터뷰한다.
지안 : 배경으로 사람 파악하고, 별 볼 일 없다 싶으면 빠르게 왕따 시키는 직장 문화에서, 스스로 알아서 투명인간으로 살아 왔습니다.
   회식 자리에 같이 가자는, 그 단순한 호의의 말을… 박동훈 부장님한테 처음 들었습니다.
   박동훈 부장님은, 파견직이라고, 부하직원이라고, 저한테 함부로 하지 않았습니다.

윤상무 : 그래서 좋아했나?
지안 : … 네.
   좋아합니다. 존경하고요.

   무시 천대에 익숙해져서 사람들한테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고, 인정 받으려고, 좋은 소리 들으려고 애쓰지도 않았습니다.
   근데 이젠… 잘하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어쩌면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오늘 잘린다고 해도, 처음으로 사람대접 받아봤고…
   어쩌면 내가…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 이 회사에, 박동훈 부장님께… 감사할 겁니다.
   여기서 일했던 3개월이 21년 제 인생에서 가장 따뜻했습니다. 지나가다 이 회사 건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고,
   평생… 삼안이앤씨가 잘 되길 바랄 겁니다.

 

 


지안이 무사히 인터뷰를 마치고, 동훈은 지안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동훈 : 용감하다. 근데 나 그렇게 괜찮은 놈 아냐.
지안 : 괜찮은 사람이에요, 엄청.
   좋은 사람이에요. …엄청.

 

13화/대사
지안 : 처음이네.
동훈 : (?)
지안 : 웬일로 천천히 걸어요?
동훈 : … 안 춥잖아.
지안 : 그 동안 내가 불편해서 빨리 걸었던 건 아니고요?
동훈 : (!)

동훈 : 들어가.
지안 : 한 번 안아 봐도 돼요?
동훈 : (!)
지안 : 힘내라고 한 번 안아주고 싶어서요.
동훈 : 힘 나. 고마워.

 


지안이 동훈과 스캔들을 퍼트리려고 했을때, 그 사진을 가장 먼저 발견했던 채령은 지안에게 경고한다.
채령 : 존경해서 뽀뽀했니?
   난 니가 진짜 너무 무섭다. 어쩜 그렇게 영악하게 포장을 잘 하니? 너, 이게 어떤 판인지 모르는 거 같은데,
   넌 그냥 니가 좋아하는 박동훈 부장님 상무되게 도와줬다고 생각하지? 아니란다.
   저기 높으신 분, 좀 전에 빡친 얼굴로 나가신 대표님… 니가 자른 거야.

   뭔 말인지 아니? 이게 그런 판이란다 아가야. 내가 또 이 판 뒤집어엎자고 들면, 진짜 난장판 된다…
   (문자 착신음)
   야 너… 이거 뭐야?

지안 : 니가 박과장이랑 붙어먹은 증거. 박과장 와이프한테 보낼까, 니 남편한테 보낼까?
   인생 종치고 싶지 않으면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

채령 : 너 부장님도 아시니? 너 이렇게 무서운 애라는 거?
지안 : 어 알어. … 사람 죽인 것도 알어.

 


윤희가 바람폈다는걸 알게된 삼형제
동훈 : 괜찮다 괜찮다 해줘도 모자랄 판에. 그래도 살까말까 하는 판에. 왜 니가 더 지랄이야? 내가 이럴까봐. 이럴까봐 말 못한거야…
   안 그래도 힘든데 사방천지 나보고 한숨짓고 울어댈 인간들 생각에… 왜 더 날 뛰어?
   니가 나보다 더 괴로워? 넌 내가 다 들러 엎고 깽판을 쳐야 속이 시원하지?

기훈 : 어! 그렇게라도 형이 실컷 울었으면 좋겠어. 엉엉 아주! 눈물 콧물 질질 짜면서 울었으면 좋겠어. 안 그러는 형이…
   너무 마음 아파. 속을 까뒤집지 못하는 형이… 너무 마음 아파. 꾹꾹 눌러대다가 형 병 나 죽을까봐!
   그래, 병 걸려 뒈져라 씨.
동훈 : (기훈을 잡아끌고) 그래. 가자. 울러 가자. 어디로 갈까? 가서 울자.
기훈 : (뿌리치며) 울 데가 없어서 못 우냐?

동훈 : 아버지가 맨날 하던 말… 아무 것도 아니다… 아무 것도 아니다… 그 말을 나한테 해줄 사람이 없어.
   그래서 내가 나한테 해. 아무 것도 아니다… 아무 것도 아니다…

상훈 : 미안하다…

 


동훈에게 보낸 지안의 문자.
동훈 : 죽고 싶은 와중에, 죽지 마라.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다, 파이팅 해라…
   그렇게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숨이 쉬어져…

   이런 말을 누구한테 해? 어떻게 볼지 뻔히 아는데.

기훈 : 뭐, 그렇다고 고맙다는 말도 못해? 죽지 않고 버티게 해주는데, 고맙다는 말도 못해? 해. 해도 돼. 그 정도는.
동훈 : … 고맙다. 옆에 있어줘서.

 


상무 후보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동훈
윤상무 : 자 그럼, 원칙대로 하는 사람이, 이런 앤 왜 뽑았을까? 이력서가 깨끗해. 여기 보여요, 여기? 달리기. 나 이력서에 달리기 쓰는 애 첨 봐.
    아무 것도 없는 애란 얘기야. 이런 앨 왜 뽑았어? 스펙 좋은 애 다 제껴두고?

동훈 : 예, 그 동안 파견직들 보면 스펙 좋은 친구들은 이직률이 높아서, 경영지원에 필요한 정도의 업무능력을 갖춘 사람이
   오랫동안 저희 팀을 지원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지안씨 뽑았고, 이지안씨는…
   사교성은 없지만 영민하고… 무슨 일을 해도 생색내지 않고… 좋은 사람입니다.

윤상무 : 내가요, 이런 짓까진 안 할라고 했는데, 얘 이력서가 하도 이상해서, 좀 뒷조사 좀 했습니다.
    놀라지 마세요들. 얘! 살인전과 있는 앱니다. 사람을 죽였다고요!
    이건 몰랐지? 그래서 웬만하면 깔끔한 이력서, 살아온 날이 얼추 보이는 이력서 뽑는 거야.
    이렇게 아무 것도 없고 느낌 쎄한 이력서 뽑은 게 아니고!

동훈 : 살인 아닙니다. 정당방위로 무죄 판결 났습니다.
윤상무 : 알고 있었다는 말이네? 알면서 계속 이런 앨 회사에 다니게 둔거야? 어? 사람 죽인 애를?

동훈 : 누구라도 죽일 법한 상황이었습니다. 상무님이라도 죽였고, 저라도 죽였습니다. 그래서 법이 그 아이한텐 죄가 없다고 판결을 내렸는데.
   왜. 왜 이 자리에서 이지안씨가 또 판결을 받아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일 당하지 말라고, 전과조회에도 잡히지 않게,
   어떻게든 법이 그 아일 보호해주려고 하는데, 왜 그 보호망까지 뚫어가면서 한 인간의 과거를 붙들고 늘어지십니까?
   내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 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주려고 하는 게 인간 아닙니까?

윤상무 : 여기 회사야!

동훈 : 회사는 기계가 다니는 뎁니까!? 인간이 다니는 뎁니다!!

 

14화/대사
정희 : 오늘 새벽에 걔 봤다. 니네 회사 그 여직원.
동훈 : (!)
정희 : 애 괜찮더라… 안 가고 옆에 있어 주더라… 10분 있어주다가 갔어.

   걔 회사 그만 뒀다며? 이사 간다고. 새 직장 근처로.
   이 동네가 참 좋았대… 근데… 그 말이… 니가 좋았다는 말로 들리더라…

 


지안은 경찰에게 쫓기는 입장이 되고 그 때문에 회사에 출근할수 없게 된다. 동훈은 지안이 보이지 않자 초조해하고, 그 와중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동훈 : 네.
지안 : 핸드폰 고장 나서요. 전화했었을까 봐요.
   이지안이에요.
동훈 : 알어. 일찍도 전화한다.
   어디야?
   어디야?

지안 : 강남이요. 새로 일하는 데.
동훈 : 그만 두면 그만 둔다고 얘길 해야 될 거 아냐.
지안 : … 그만 둔다고 하면 뭐, 사람 죽인 애 송별회라도 해줄 건가? 무서워서라도 하루빨리 조용히 사라지길 바랄텐데.
   상관없어요 어차피. 오래 못 다닐 거 알았으니까.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고.
동훈 : 쎈 줄 알았는데, 그런 거에 끄떡없을 줄 알았는데.
지안 : 지겨워서요. 나 보면서 신나할 인간들.

동훈 : … 미안하다.
지안 : 아저씨가 왜요? 처음이었는데, 네 번 이상 잘해준 사람.
   나 같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 이제 다시 태어나도 상관없어요. 또 태어날 수 있어. 괜찮아요.
   … 우연히 만나면, 반갑게 아는 척 하는 건가?

동훈 : … 응. 할머니 돌아가시면 전화해.
지안 : (… !)
동훈 : 전화해. 꼭.
지안 : 끊을게요.

 


마지막으로 지안은 준영을 만나 준영에게 도망 갈거라고 하며, 잡혀도 윤희와 준영과의 불륜 사실은 말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오히려 준영이 말하겠다고 한다.
지안 : 희한한 게, 위기 상황일땐, 가장 숨기고 싶은 내 치부가 가장 쎈 무기가 돼.
   사람 죽인 년이란 거, 누가 알까 무서워서 사람들이랑 말도 안 섞고 지냈는데, 위기에 몰리면 그 말을 내가 먼저 꺼내.
   한번 죽인 년이 두 번을 못 죽일까.
   박동훈 건드리는 새끼들은 내가 다 죽여 버릴 거야.

 


박상무를 망치게 했던 범인은 지안의 친구였던 기범이었고, 기범과 지안이 깊은 관계였다는걸 말해준다.
박상무 : 그 놈 핸드폰에서 누가 나왔는지 알아?
    이지안.
    잡히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도 이지안이고.
    이지안이… 도준영 끄나풀이었던 거야.
    저 도청… 이지안이 심은 거야.
    도청되고 있다는거 알고 있다는거 티내지마. 쫓기는 와중에 돌아가는 상황 파악하려고 계속 듣고있을거야.
    이거 역으로 잘만 이용하면 이것들 다 잡을수 있어.

 


동훈 : 너 이지안 데리고 무슨 짓 했어? 똑바로 말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빼놓지 말고 똑바로 말해. 걔 데리고 무슨 짓 했어?
준영 : 다 걔가 시작한 일이야! 걔한테 걸렸다고! 윤희랑 바람 피는 거!
   윤희랑 바람피는 거 입 다물어 주는 대신에, 선배도 박상무도 다 잘라주겠다고 돈 내놓으라고! 그래서 박상무도 지 맘대로 잘라버렸고!
   나도 엮인 거야, 걔한테. 내가 어디서 어떻게 굴러먹던 앤지도 모르는 그딴 애랑 그런 일하게 생겼어?
   아, 니가 뽑아놨잖아!! 그런 년 뽑아놔서 나도 드럽게 엮이고! 씨…

동훈 : 어딨어, 이지안. 어딨어!!!!
준영 : 내가 알어? 절대 안잡히겠대. 죽어라 도망 다니겠대. 잡히면 시작점을 불어야 되는데, 선배 인생 공개적으로 개망신 당하는 건데,
   선배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그건 거 걔가 아는데, 걔가 그걸 불어? 나한테 와서 그러더라.
   만에 하나 잡히더라도 불륜은 빼고 얘기하겠다고. 그렇게 입 맞추자고.
   그러니까 그냥 가만있으면 된다고!! 선배 상무 됐잖아. 좀 있으면 나 자를 수 있잖아. 나 잘리면 다 끝이잖아!
   여기서 누가 제일 피해자냐? 어? 나한테 돈 뜯어가 놓고, 배신 때리고, 너한테 붙어먹고!

   나만 천박했지? 너는? 니들은-?

 


15화/대사
지안이 자신을 도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동훈은, 연락이 되지 않자 마지막 방법을 쓴다.
동훈 : 이지안.
   이지안.
   전화 줘.
지안 : (!!!)

동훈 : 다 들었어.
   너… 내 얘기 다 듣고 있는 거 알아.
지안 : (귀에서 도청하던 이어폰을 확 잡아 뺀다.)
동훈 : 괜찮아… 전화 줘.

 


동훈이 도청 사실을 알게되자, 지안은 혼자서 '잘못했습니다' 를 되뇌이며 길가에 주저앉는다.

 


동훈 : 이지안 알아?
윤희 : … 어느 날 준영이한테서 이력서 한 장이 왔어. 알아봐달라고. 나중에 알았어. 걔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준영이가 어떤 인간인지, 나한테 알려준 애가 걔야. 걔… 나 다시 당신한테 돌려보내려고 했어.
동훈 : (…!)
윤희 : 직감으로 알았어. 당신 좋아하고 있다는 거.
   준영이랑 끝내고, 걔한테 회사 그만 두라고 했어. 내 치부 다 알면서 당신 옆에 있는 거…
   불안하고 싫어서. 준영이가 주기로 한 돈 내가 주겠다고. 걔… 거절했어. 자기 나가면… 준영이가 다른 사람 시켜서 당신 자를 거라고…
   걔… 온몸으로 당신 막고 있었어.
   난… 그게 더 죽고 싶게 괴로웠고.
   그만 뒀다는 여직원. 걔지?

동훈 : (…)
윤희 : … 준영이가 자른 거야?
동훈 : … 도망 다니고 있어.
윤희 : (!)
동훈 : 박상무 일 때문에. 경찰에 쫓기고 있어.
   준영이 찾아갔었대. 죽어도 안 잡히겠다고. 끝까지 도망 다닐 거라고. 잡히면…
   이 일이 왜 시작됐는지… 당신하고 준영이 일… 다 말해야 되니까…

   걔가 알아. 내가 제일 힘들어 하는 게 뭔지… 알아…

윤희 : 말하자… 여보, 그냥 다 말하자… 계속 도망 다니게 할 순 없잖아. 다 말 하자, 여보.
   미안해… 미안해… 이렇게 만들어서 정말 미안해…


기범의 컴퓨터를 회수한 광일은 녹음파일들을 듣다가, 한 파일을 발견한다.
지안 : 착했던 애에요. 나한테 잘해 줬었고. 걔네 아버지가 나 때리면 말리다가 대신 맞고. 그땐… 눈빛이 지금 같지 않았어요…
   걘… 날 좋아했던 기억 때문에 괴롭고, 난… 걔가 착했던 기억 때문에 괴롭고.

동훈 : 어른 하나 잘못 만나서… 둘 다 고생이다…

 


숨어 지내던 지안의 위치를 춘대는 동훈에게 알려주고, 둘은 다시 만나게된다.
지안 : 사람만 죽인 줄 알았지? 별짓 다 했지? 더 할 수 있었는데.
   그러게 누가 네 번 이상 잘해주래!?
   바보같이 아무한테나 잘해주고. 그러니까 당하고 살지.

동훈 : 고맙다… 고마워…
   그지 같은 내 인생 다 듣고도… 내 편 들어줘서… 고마워…
   고마워…

지안 : (…)

동훈 : 나 이제 죽었나 깨어나도 행복해야겠다. 너, 나 불쌍해서 마음 아파하는 꼴 못보겠고. 난, 그런 너… 불쌍해서 못 살겠다.
   너처럼 어린 애가… 어떻게… 나 같은 어른이 불쌍해서… 나 그거, 마음 아파서 못 살겠다…

지안 : (눈물)

동훈 : 내가 행복하게 사는 꼴 보여주지 못하면, 넌 계속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할 거고.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너 생각하면…
   나도 마음 아파 못 살 거고. 그러니까 봐. 어? 봐. 내가 어떻게 행복하게 사나 봐. 꼭 봐.
   다 아무 것도 아니야. 쪽팔린 거. 인생 망가졌다고 사람들이 수군대는 거, 다 아무 것도 아니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나 안 망가져. 행복할 거야.

   행복할게.

지안 : (오열하며) 아저씨가 정말로 행복했으면 했어요.

동훈 : 어. 행복할게.


동훈 : 내가 먼저, 회사 가서, 대충 상황 정리하고, 그리고 할머니 보러 가자. 할머니 보고, 그리고 같이 경찰서에 가자.
   걱정하지 마. 집사람이 도와줄 거야. 사실대로 다 말하고 정리하면 돼.
   그리고 도준영 얘기, 다 해도 돼. 괜찮아. 나도 집사람도… 다 말하기로 했어.
지안 : (!)
동훈 : 안 들었어? 핸드폰에 대고 집사람이 다 말했는데.
지안 : 어떻게 들어요. 내가 몰래 듣고있는 거 다 아는데.
동훈 : (…)
지안 : … 진짜, 내가 안 미운가?
동훈 : …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어. … 내가 널 알아.

지안 : (…!)

지안 : 아저씨 소리… 다 좋았어요. 아저씨 말… 생각… 발소리… 다…
동훈 : (…!)
지안 : 사람이 뭔지… 처음 본 거 같았어요…
동훈 : (…!)

 


이후 잠시동안 정희네에서 머물게 된 지안
지안 : 다시 태어나면… 이 동네에서 태어나고 싶어요…
정희 : 그래… 우리 다음 생에 또 보자… 으… 생각만 해도 좋다…

 

16화/대사
경찰서에서 준영과 함께 동석하여 조사를 받고있는 지안
준영 : 너 지금 니가 좋아하는 박동훈 힘들게 했다고 나한테 이러는 거 아냐? 내 말이 틀려? 너 좋아하잖아 박동훈. 그지?

지안 : 근데요… '좋아하지. 좋아하지' 그러면서… 왜 비웃어요?
준영 : (!)
지안 : 자기가 사람 좋아할 때 되게 치사한가보지?
준영/윤희 : (!)
지안 :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게 뭔지는 아나?

 


지안 : 왜 바람 폈어요?
윤희 : (!)
지안 : 그냥 궁금해서요. 아저씨 같은 남자를 두고 왜.
윤희 : 백가지 천가지 이유를 댈 수도 있어. 그 중에 진짜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봉애가 죽고 지안의 장례식에 상훈과 동훈이 큰 도움을 준다.
동훈 : 화장터 평택으로 가기로 했어. 납골당은 형이 좋은 데 잡아놨대. 그리 가자.
지안 : 왜 이렇게 잘해줘요? … 엄청 잘해주고 나서 '자 이제 그만…' 그럴려고 그러시나.
동훈 : 에휴… 말 참… 내가 한 거 아냐. 형이 한 거야. 다.
지안 : (?)
동훈 : 그냥 둬. 저 인간 착한 짓 안 했어서 좀 해도 돼.



동훈 : 들어가. 할머니 혼자 계시잖아.
지안 : … 할머니 돌아가시면 연락하라고 했던 말. 진짜 든든했었어요.

동훈 : 들어가.

봉애가 살아생전 했던 말을 회상하는 지안
봉애 : (수화) 참 좋은 인연이다. 귀한 인연이고.
지안 : (…)
봉애 : (수화) 가만히 보면, 모든 인연이 다. 신기하고. 귀해.

봉애 : (수화) 갚아야 돼. 행복하게 살아. 그게 갚는거야.


지안 : 오늘 회장님이 점심 사주셨어요.
동훈 : 출세했다. 뭐 사주셨는데?
지안 : 몰라요. 비싼 거 같았는데, 별로 맛은 없었어요.
동훈 : 원래 비싼 것들은 다 그래.

지안 : … 저 부산으로 가요.
동훈 : (!)
지안 : 회장님이 거기있는 회사 소개 시켜주셨어요. 재판 걸려 있는 것도 다 알고. 편의 봐주시기로 했다고.
   회장님 절친이 하는 회사래요. 숙소도 준대요.
동훈 : … 왜 그렇게 멀리 가?

지안 : 생각만 해도 그지 같잖아요. 아저씨 볼까 싶어서 이 동네 배회하고 다니는 거.
동훈 : (…!)
지안 : 죽었다 깨어놔도 행복할 거라면서요? 나 없이도 행복한 사람 무슨 매력 있다고.
동훈 : (…!)
지안 : 딴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어요. 날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 데로 가서. 과거는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우연히 만나면… 반갑게 아는 척 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에요. 도망 다니면서…
   이제 아저씨 우연히 만나도 피하겠구나… 그게 제일 슬펐는데.

동훈 : (…)
지안 : 고마워요. 다 털게 해줘서.
동훈 : (…)
지안 : 고마워요. 나한테 잘해줘서.

동훈 : 너 나 살리려고 이 동네 왔었나보다. 다 죽어가는 거 살려 놓은 게 너야.
지안 : … 난 아저씨 만나서, 처음으로 살아봤는데.
동훈 : (…!)

동훈 : 이제 진짜 행복하자.

 


동훈 : 잘 가라.
지안 : 한 번 안아 봐도 돼요?
가.
파이팅!
파이팅!


시간이 흐른 뒤, 커피샵에서 우연히 서로를 발견하게 된다.
동훈 : 오다가다 봐도 몰라보겠다.
지안 : (피식)
동훈 : 일도 잘 한대매? 회장님한테 들었어. 친구 분이 너 일 잘한다고 그러신다고.
지안 : (피식)
동훈 : 서울은 언제 왔어?
지안 : 3월에요. 본사로 올라왔어요. 아, 며칠 전에 삼안이앤씨 근처 지나 갔었는데.
동훈 : 나 거기 나왔어. 나 사장이야 이제.
지안 : (피식)
동훈 : 놀러와. 송과장, 김대리, 형규 다 있어.

여자 : 이지안 가자!

동훈 : (손을 내밀며) 우리 악수 한 번 하자.
   고맙다.
지안 : 제가 밥 살게요. 아저씨 맛있는 거 한 번 사주고 싶어요.
   전화할게요.
동훈 : 그래. 가.
동훈 :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지안 : 네. … 네!